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森重 優那

 

Heaven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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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필로그 Ⅰ

파리는 작은 도시다. 그 작은 파리가 왜인지 내겐 너무 넓었다. 새하얀 불빛이 크리스마스 트리처럼 깜빡거리던 에펠탑에서도, 붉은 풍차가 끈적거리며 돌아가던 물랑루즈에서도, 밤의 파리가 점점이 박혀오던 몽마르트 언덕에서도, 세느 강을 잇는 그 수많은 다리 위에서도, 나는 문득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좌절했다.

 

발견할 수가 없었다. 

달처럼 빛나는 상냥한 미소를.

밝게 빛나는 잿빛 머리카락을.

 

7월, 맑게 드높은 파리에서의 8일을 나는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걸었다. 쫓기듯이 때론 달리듯이 샅샅이 뒤졌다고 생각한다. 런던으로부터 두 달. 일상에서 벗어나 매일이 새로운 도시, 새로운 나날이건만 결코 그 잔상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아마 사라지지 않게 하고 싶었다는 것이 옳을 지 모른다. 필사적으로 살을 붙여서 미완성의 소설처럼 남겨두었다. 과거란 모두 미화되기 마련이라지만 런던이 특히나 더 동화같았던 건, 그 때문이리라.

 

런던브릿지 같은 것은 왜 있었던 걸까. 세번째니, 인연이니 하는 쓸데없는 기대로 여행의 3할이 증발해버렸다. 그를 만났던 런던도, 그를 만날 수 있었을 지 모를 이 파리도 그저 원망스러웠다. 그래, 나는 지금 또 __ 남 탓을 하고 있었다. 

 

이렇게 도망가보려 애를 써도, 사실은 변하지 않았다. 

‘틀렸다’.

 

그래도 마지막까지 기대를 했다. 끝을 말하던 순간 계속해서 그가 붙잡아주기를 기다렸던 것처럼. 어쩌면, 영화의 한 장면처럼 그가 이 기차역에 나타날 거라는 희망을 품었다. 숨을 몰아쉬며 등장해서 히카리!! 하고 큰 소리로 부르는 창문 밖의 그를 발견하고, 나는 짐 같은 것이야 어찌됐든 열차에서 뛰어내려 그의 품 속에 안길 거라고. 그런 어처구니 없는 상상 속에서 열차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야속하게도 점점 역이 멀어지고 있었다.

 

그제서야 나는 실감했던 것이다. 그를 찾았던 게 맞는건지, 내가 모르는 무언가를 절실히 바랐던 건 아닌지, 아니면 꿈을 꾸었던 건지. 무엇이 되었든 나는 정말로 늦어버린 것이라고. 그의 말처럼, 혼자서 도망가다가 어디까지 가 버렸는지 더듬을 수도 없어져서, 돌아가고 싶을 땐 갈 수 없게 된 거라고. 결국 나는 현실과 동화는 다르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하고 말았다.

 

파리를 떠난다. 그가 있을지도 없을지도 모를 이 곳을. 뚫어져라 바라보던 창가에서 시선을 떼었다. 창문 밖에는 당연히 아무것도 없었다. 

 

그래, 이것은 처음부터 불가능했다. 애초에 동화의 해피엔딩을 믿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이 넓은 세계의 어딘가에는, '인연'이 존재할 지 모른다는 그런 상상은 했다. 두근거리고, 설레고, 행복해지는 그런 상상. 어쩌면 꿈꿔오고 기다려왔던 그런 상상, 아니 동화.

 

하지만 결국 ‘아무것도’ 없었다.

사수자리 따위, Au revoir(안녕). Adieu(영원히 안녕).

중얼거리며 말라붙은 뺨을 기대고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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