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浮間 志朗

 

"좋아해, 좋아해, 너를 좋아해.

​언어로 내뱉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Natur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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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대생쨩, 우리 오늘 연습이었어?

밖에 나가면 덥잖아요. 연습실에 있으면 시원하고. 히카리의 단호한 대답이 돌아왔다. 시로는 마지못해 맞은편 책상에 걸터앉았다. 엄청 멋진 까페를 알아냈는데, 특대생쨩이 좋아할 만한! 투덜거리며 대본을 폈다. 포스트잇이 잔뜩 붙어있는 그것은 대본이라기보단 위장용 소품같았다. 집중하는 척 하면서 상대를 ‘몰래’ 바라볼 수 있도록 도와주는 그런 종류의. 하지만 시로는 최소한의 가장도 하지 않는다. 읽는 척 하는 태도를 숨기려 하지도 않고, 열띤 눈빛은 여전히 히카리를 향하는 것이다.

 

여름의 해는 길어서 창문에 기나긴 꼬리를 남겼다. 멀리서 매미 우는 소리가 들리고, 언제나 보다 더 새파란 하늘이 드높게 펼쳐진다. 시로를 닮은 계절이다. 성실할 만큼 솔직해서, 여름의 태양만큼이나 밝고 또 곧다. 그런 생각을 하면 히카리의 가슴 깊은 곳이 화끈거린다. 단지 날이 더워서는 아닐 것이다. 

 

나도 솔직해지고 싶다.

그에게 이 마음을 표현할 수 있을 정도로. 

 

그런 생각에 잠기면 어느새 시로를 관찰하고 있었다. 얼굴선을 따라, 몰래 시선을 그린다. 위장용 소품은 사실 시로의 대본이 아니라 자신의 대본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익숙하지 않은 그런 아이템은, 역시 사용이 어렵다. 서투르게 흘끗거리는 히카리를 그가 모를 리 없었다. 그것을 피하기는커녕 눈부시게 응수하는 것이다.

 

햇볕처럼 쏟아지는 그의 웃음이, 쨍한 여름 하늘 위로 파랗게 터졌다.

 

히카리의 얼굴도 발갛게 달아올라 곧 터질 것만 같았다. 여름이니까 몸이 달아오르는 건 당연한 일이야. 듣는 이 없는 초라한 변명을 해 본다. 붉어진 얼굴을 감추기엔 마음이 너무 커서, 행동 하나에도 어딘가 어설픈 자신을, 왜인지 들키고 싶지 않았는데. 그렇게 부끄러움 속을 헤매면 바로 옆에서 뭐 하고 있어, 명랑한 목소리가 들린다. 어느새 시로가 턱을 괴고 옆에 주저앉아 있었다. 

 

둘의 시선이 마주쳤다. 차분하게, 차분하게__ 히카리는 애써 평정을 가장하고 담담한 목소리를 꾸며냈다. 

 

그렇게 앉아 있으면 불편할 텐데. 

 

으응, 그치만 가까이서 보고 싶어서.

 

솔직한 자백이 시로다웠다. 너무나 시로다워서, 사랑스럽다. 표현의 깊이는 달라도 두 사람의 마음이 같은 곳을 향한다는 건, 정말이지 기적 같은 일이다. 그것을 깨달으면 어디선가 용기가 솟았다. 침착함 따위 이제는 모르겠다. 서투르면 또 어때. 그저 높은 여름 하늘에 닿고 싶다고, 그를 향해 곧게 뻗고 싶다고, 그렇게 생각하고 말았다. 히카리는 들고 있던 대본을 내려놓았다. 다시 한 번 두 사람의 시선이 맞았다. 솔직하게, 그래도 괜찮아. 마음 깊은 곳의 목소리를 따라 그녀가 천천히 손을 들었다. 눈으로만 따라 그리던 그의 온도가 손가락 끝에서 피어오른다.

 

히카리의 부드러운 손길을 느끼며, 시로가 그녀에게 더 가까이 다가갔다.

 

팔랑팔랑, 한쪽으로 펼쳐둔 대본이 창문으로 들어오는 바람과 만나 고운 음악을 연주했다.

 

여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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