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ikari & mate
神谷 祈
黒曜 護
光城 新多
"알고보니 모두 소꿉친구였다
히카리, 그럼 셋 중 어느 쪽이야?"
알고보니 모두 소꿉친구였다.
그런 전개를 타고 나도 모두와 말을 놓기로 했습니다.
따위의 흐름으로 귀결했다.
그렇다면 왜 기억이 나지 않았는가. 그것은 너무 어렸을 때인데다 갑자기 이사를 갔기 때문. 그렇다면 왜 이제야 기억이 나게 되었는가. 그것은 방을 정리하다가 우연히 사진첩을 발견해서.
너무나도 뻔한 클리셰지만, 세상은 좁으니까 한 다리만 건너면 모두가 알게 되고 그러니까 이런 일도 가능한 법이다. 엄마에게 물어보면 응, 기억나지 그 애들. 많이 싸웠잖아.
역시 있을 법한 이야기다. 어릴 때의 나는 지금보다도 더 ‘센’ 캐릭터였으니까, 다소 폭력적이었을 지도 모른다. 지금도 가끔 홀로 주먹질을 하니까. 아레키 선생님이 그랑 유포리아를 개최하지 못하면 특대생 자격을 빼앗겠다고 했던 때라든가.
하지만 나는 나름대로 성실한 인간이니까. 줄곧 성우가 되고 싶었던 것도 어쩌면 기억도 나지 않는 어린 시절 후레쉬맨 목소리 같은 것을 다같이 따라하다가 영향을 받은 걸지 모른다. 그랬다. 나는 마스크맨이나 파워레인저보다는 후레쉬맨 파였으니까 분명히 우리는 후레쉬맨을 함께 봤을 것이다. 나의 강력한 주장과 회유와 협박과 설득과 폭력을 수반한 강요 등등으로.
어릴 때도 자주 싸웠다고 했는데 십 년은 지난 지금도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지금도 많이 싸운다는 의미이다. 이 학교에 새로 입학한 이후에는 과거의 나 자신과도 결별한다는 의미에서 존대로 시작했는데 모두와 말을 놓게 된 지금은 아무 의미가 없어졌다. 말을 놓으면 편해지고 편해지면 가까워지고 가까워지면 또 이렇게 싸우면서 크는 것 아니겠습니까. 양상은 조금 다르다. 어렸을 때는 내가 친구들을 울리는 것이었을텐데, 지금은 일방적으로 당하는 기분이 든다. 물리적인 의미는 아니다. -사실은 그게 더 나을 수도 있다-
가장 최근의 싸움을 돌이켜보자. 발단은 이렇다. 예술의 거리 쥬오지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같은 플랭카드를 걸기 위해 2학년 선배들과 다같이 상점가에 나갔을 때다. 시에서 주최하는 예술 행사에 그랑 유포리아 팀도 초청을 받았는데 결국 스탭 1로 몸쓰는 일을 하고 있었다. 예컨대 플랭카드 글씨 칠하기라든가, 그걸 걸기라든가, 포스터 붙이기라든가, 전단지 나눠주기라든가, 나열하다 보니까 나는 정말로 이 학교에 성우가 되기 위해 온 것인지 잡꾼으로 고용된 것인지 알 수 없다. 여하간 그 플랭카드를 걸기 위해 나무를 올라가기로 했다. 그것을 걸 나무는 저쪽이 좋겠어~ 나에게 걸어달라고 말하고 있거든☆ 라고 안이 말했다. 왜 하필 특대생이 나무를 오르는 것으로 결정된 거야? 같은 카스미의 츳코미에 이런 것이 익숙하다고는 차마 대답하지 못했다. 그리고 어딘가에서 들려오던 어, 아마네 아냐. 신에 따르자면 그것은 ‘역시 소녀만화 전개가 아닌가!'지만 일단은 제쳐두고, 이전에 다니던 고등학교의 학생회 선배였다.
성우가 될 수 없다면 공부로라도 성공하겠다며 불타오르던 때가 있었다. 학생회에 들어가면 대입에 필요한 좋은 정보와 인맥을 확보할 수 있으니까 그걸 노리고 들어간 것이지만 꽤 열심히 일했다. 다시 말하지만 나는 나름대로 성실한 인간이니까. 일처리가 깔끔하며 단정했던 선배는 시간이 흐른 후에도 옛날의 신입생을 알아본 듯 했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자니 어느새 나는 나무에서 내려와 그와 안부를 나누고 있는 것이다.
성우가 되기 위해 학교를 그만 둔다고 했을 땐 왠지 아쉬웠어, 까지 들었을 때 어딘가 위험한 기운이 느껴졌다. 곁눈질을 하면 가미가 고개를 숙이고 알 수 없는 말을 중얼거리고 있었다. 위험을 감지한 나의 신호를 알아차리고 마모가 통역을 자처했다. 지금 가미, '네놈은 뭔데 아쉽다는 말을 지껄이는 건가' 라는 오오라, 라고. 마모, 본인을 앞에 두고 굳이 말로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데. 마모가 웃고 있는 표정이 더 무서워. 자아 자아, 이럴 게 아니고, 소개해야지! 안녕하세요! 저희는 히카리의 동료이자 친구이자 선배이자 소꿉친구입니다!!! 라니 아라타, 수식어가 너무 많아. 느낌표가 너무 많이 붙어 있어. 그래서 당신은 뭐냐는 말이 분명히 생략되어 있어.
이럴 때는 어서 가로채야 한다는 것을 최근 얼마간의 경험으로 알고 있다. 이쪽은 이전 고등학교 학생회 선배, 선배, 이쪽은 지금 고등학교의 선배들이에요. 선배가 아니다. 운명의... 라는 가미의 말은 무시해주시길. 재미있는 친구들이네, 같은 대학에 가면 좋았을텐데 아쉬워서, 라는 쓸데없는 말은 제발 그만둬주세요. 경계가 심해지잖아요.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왔다. 그러니까, 최근의 싸움이란 이런 모양새다. 알 수 없는 신경전. 따지기도 화해하기도 해명하기도 애매해서, 애초에 뭔가 해명할 필요가 있는 것인지조차 모르겠어서 때로는 억울한 것이다. 차라리 깨끗한 주먹다짐이 백 배는 낫다. 이런 의미 없는 전투는 이제 그만 두고싶어. 대체 왜 그러는 거냐고 물어봐도 돌아오는 대답들이라곤,
내가 히카리상이랑 싸운다는 일은 있을 수 없습니다. 잠깐, 왜 존댓말인거야. 내 인생은 이전도 지금도 쭉 히카리상의 마음만을 바라고 있습니다. 라고 가미는 어느새 자신만의 세계에 있다. 마모는, 글쎄, 그럼 히카리. 셋 중에 어느 쪽이야? 나는 히카리에 대해선 모두 알 수 있지만 그것만큼은 모르겠네. 그게 무슨 말이야? 그러게, 무슨 말일까? 하고 되묻지 말아줘. 아라타조차, 하하! 히카리, 예전과 달라진 건 없는걸. 전투의 대상이 바뀌었을 뿐이야! 그렇지, 아라타는 이해하는구나. 역시 지금 우리 싸우는 중이지? 응? 우리가 싸운다고? 잘 모르겠지만, 이제는 내부에서 힘을 합쳐 외부의 적을 함께 물리치기로 했을 뿐이야!!
물어봐도 역시 의미를 알 수 없다.
에필로그
히카리, 어렸을 때 귀여웠지.
완전. 히카리상은 지금도 귀여워.
지금은 조금 다른 느낌이지. 귀엽다기보다 미인이라고 생각해.
그러네. 처음 이 학교에 왔을 때 아무도 기억하지 못할 정도였잖아.
지금은 제대로 기억 났지.
응, 히카리상에게 많이 물렸어.
아냐, 가미가 우리를 물었잖아. 히카리는 나랑만 놀거라고.
마모야말로 끝까지 '히카리는 나랑 있어' 하고 버틴 주제에.
아라타는 울었잖아. 울어서 뺏다니 반칙이라고.

